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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국단편소설 - [기괴의 탄생]

by 베리타 2023. 2. 26.

작가 소개 : 김금희
1979년 부산태생.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우리는 페페로니에서 왔어 등
신동엽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등 수상

 


 

[기괴의 탄생] 줄거리

 

화자인 윤령에게는 유학파 작곡가이자 연주자이며 자신에게 남다른 대학 은사이기도 한 진은파 선생님이 있다. 윤령이 대학에 입학 후 방황하던 시절 교수였던 은파는 윤령에게 곁은 내주고 학교에 작은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졸업 후에도 안부를 묻고 기념일을 챙기는 사이이며, 은파 선생님은 윤령에게 큰 사람이다.
그런 은파 선생님은 무용과 대학원생과 관계 후 이혼하고 교수까지 그만둔다. 윤령은 배우자 선생님과 행복해 보였던 은파의 삶, 닳을까 보기 아까웠던 선생님의 결혼생활의 죽음을 안타까워한다. 윤령에게 선생님의 상대 대학원생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와사비같은 녀석일 뿐이다.

이혼한 선생님이 이사 간 집을 방문하는 날 윤령은 이혼한 사람에게 어떤 위로가 필요한지 몰라 40대 후반의 신입 사원인 리애에게 묻기로 한다. 리애는 26년간의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2016년에 한국으로 돌아온 이혼녀였다. 리애는 나이 많은 신입이라는 불편함과 더불어 사소한 일에도 크게 반응하는 리액션으로 동료들과 틈이 있고, 윤령에게는 탕비실 등을 어지럽히는 동료를 기어코 찾아내 따지는 모습이 인상적인 인물이다.
막상 선생님 집에 도착 후 학교 학생들에 둘러싸인 선생님에게 윤령은 자기도 모르게 선생님에게 몇 겹이 뒤틀린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실언을 하고 만다. 자신이 뱉은 말을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상처가 된 그 시간 후 선생님은 윤령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점심시간 동안 윤령은 리애와 산책을 하며 리애에게 다른 사람들이 뒤에서 하는 말에 참여한 적이 없음에도 선생님에 대해 자신도 몰랐던 박한 평가나 감정적인 아무 말이나 내뱉는다. 한편 리애의 미국에서의 결혼 생활과 리애와 남편인 미스터 리의 무구한 사랑에 대해 듣게 된다. 그러면서 리애 씨의 남편이자 사회학자였던 미스터 리가 왜 섹스가 없는 무구한 사랑을 추구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구글링을 하던 중 한인 사회학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관한 기사를 읽게 된다.

일 때문에 다시 찾아간 선생님에게 사과를 했지만 화해를 바라는 선의의 마음이라기 보다 어느 정도의 두려움과 강제가 깃든 사과가 되었고, 선생님과의 관계가 비틀리는 것을 감지한다. 또한 윤령은 리애씨와의 관계에서도 리애 씨에게 들은 이야기가 아닌 윤령 자신이 구글링을 통해 알게 된 리애에 관한 의심스러운 이야기에 대해 리애에게 알은체를 하고 의문을 푸는 것이 관계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불분명한 감정의 겹을 쌓아간다.

윤령은 회사 프로젝트인 고궁에서의 문화예술 행사에서 연주를 마친 선생님 은파와 리애가 마추쳐 돈수라는 영상예술 작가의 ‘기괴의 탄생’이라는 영상 반대편에 놓인 완전한 원형의 달을 쳐다보면 이야길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돌담길을 걷는 모습을 멀리에서 바라볼 뿐 선뜻 따라가지는 못한다.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YES24

제21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출간대상 수상작에 최윤의 「소유의 문법」 선정“문학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시간,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읽으며 지금, 여기의 삶을 되돌아본다”2020년 한국문

www.yes24.com


[기괴의 탄생] 감상

 

김금희 작가의 [기괴의 탄생]을 읽으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화자 윤령의 주변에 있는 여성의 이야기나 학생 운동을 하던 학교 선배들의 삶을 이야히가며 평범하게 닮아 있는 여성의 삶에 대한 서사 같기도 했다가 돈수의 작품 [기괴의 탄생]과 소설 속 인물 리애가 본 첫 번째 미국 영화 ‘그렘린’의 이야기처럼 평범한 일상의 틈을 벌리면 평범을 찢고 튀어나오는 파괴와 낯섦과 갈구와 애착의 버둥거림으로 균열된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화자인 윤령과 선생님의 관계가 벌어지는 과정을 보며 윤령이 이해한 선생님의 사랑과 선생님이 무용과 대학원생과 나눈 사랑에 대한 진실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 같기도 했다. 

 완전한 원형으로 떠오른 달과 그 반대편에 놓인 돈수의 작품은 갓난아기가 자신의 엄지 손가락을 끈질기게 빠는 장면의 부분이 확대되어 펼쳐진다. 갓난아기가 엄지손가락을 빠는 장면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세계이다. 하지만 어떤 장면을 어떤 포커스로 맞추어 확대하고 축소하느냐에 따라서 이는 전혀 생소한 기괴의 장면이 된다. 

선생님을 남다르게 존경하고 사랑하는 윤령은 선생님의 화려한 이력과 결혼 생활에 대비되는 불륜의 사랑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았는가? 교수직을 그만두고 이혼까지 감행한 선생님과 대학원생의 사랑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화자인 윤령의 시선으로 바라본 선생님의 사랑을 사랑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불륜이라는 사회적 시선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관계를 선택하며 사는 선생님의 삶을 이해할 수도 없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자신만의 관점과 해석을 해버린 윤령의 이야기가 독자인 내가 아는 전부이다. 

 


선생님의 숭고한 선택에 대한 나만의 관점과 해석과
중간에 터져버린 눈물까지 이미 부끄러울 정도로 속내를 드러내고 만 뒤였다.
[기괴의 탄생] 본문 중에서


진실에 가 닿을 수 없는 선생님의 사랑을 대하는 윤령의 방식이란 상대 대학원생에 대한 적의와 비하 그리고 선생님에 대한 종잡을 수 없이 엉켜버린 감정의 실타래다. 그런 감정이 비틀리고 쌓여 윤령은 선생님에게 되돌리 수 없는 실언을 해버리고 만다.

이런 윤령의 태도는 리애 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의 산책 동안 윤령은 리애 씨가 선생님을 직접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만날 일도 없기 때문이었기에 선생님에 대한 자신도 몰랐던 박한 평가나 감정적인 아무 말을 내뱉는 한편 리애 씨와 미스터 리에 대한 이야길 듣는다. 미스터 리의 사랑에 의구심이 든 윤령은 구글링으로 리애와 미스터 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길 마주한다. 윤령은 이에 대해 리애에게 묻지도 않고 의구심을 지닌 채 감정을 키우며 관계를 비껴간다.

 

 


그러면서 한 번은 리애 씨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일이 있었어요? 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거리낌에서 출발해 나중에는 혐오 같은 미운 감정으로 바뀔 수도 있는 의혹에 대해 확인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관계의 기본 아닌가 싶었지만 그렇게는 하지 못했다.
[기괴의 탄생] 본문 중에서

해석과 관점과 뒤틀린 의식과 얽히고설킨 감정으로 벌어진 틈으로 기괴가 가득한 관계만이 무수하게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선생님은 리애 씨에 대해 모르고 리애 씨도, 내가 전한 것 이외에는 선생님에 대해 모르며 결과적으로 모두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도 양쪽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지금은 아주 모르게 되었다고 결론 내렸지만 모종의 관련자들이 맞닥뜨리는 듯한 긴장이 있었다.
 [기괴의 탄생] 본문 중에서

관계에서 완전한 원형의 달이 존재할 수 있을까? 
작가 김금희는 [기괴의 탄생]라는 서사를 통해 범상하면서도 일상적인 관계의 파장들을 배율 높은 현미경을 통해 들여다봄으로써 다가설 수 없는 세계의 탄생을 선언한다.

 


선생님의 그 여름에 대해서는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았다. 
[기괴의 탄생]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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